[시네마 리뷰] 메리 셸리 :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시네마 리뷰] 메리 셸리 :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 미용회보
  • 승인 2019.01.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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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대 앞선 자신만의 목소리로 200년을 뛰어 넘다”

 

“고통에 맞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 나만의 목소리를 찾지 못했을 거야.”
-영화 <메리 셸리>중

19세기 영국에서 활동했던 작가 메리 셸리는 당대 여성에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만의 글을 쓰기 위해 평생을 싸웠다. 메리 셸리가 1818년 내놓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SF소설의 효시로 평가받는 고전이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18세에 불과했다. 이후 수많은 SF소설에 영향을 끼쳤고 출간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읽히고 있다.
영화 <메리 셸리>는 그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따라 간다. 아버지와 새어머니, 이복자매와 살고 있던 메리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서점에서 책을 읽고 습작에 몰두한다. 메리는 어느 날 우연히 낭만파 시인 퍼시 셸리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메리는 퍼시 셸리가 유부남인 것을 알게 되지만 그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 그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그러던 때 이복동생의 제안으로 메리와 퍼시 셸리는 당대 유명 시인 바이런의 별장에 머물게 된다. 폭풍우가 치던 어느 날 바이런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각자의 괴담을 쓸 것을 제안하게 된다.

 

SF소설 효시 ‘프랑켄슈타인’ 탄생 스토리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이때의 제안이 계기가 돼 세상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모인 이들 중 소설을 완성한 이는 메리 셸리와 바이런의 주치의였던 존 폴리도리 두 명뿐이었다. 존 폴리도리는 흡혈귀 소설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뱀파이어>를 이때 완성한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장르소설의 효시로 후대에 오면서 명성을 쌓았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 실제 저자를 감추고 출간됐다는 점이다. <프랑켄슈타인>은 18세 여자가 썼을 리 없다는 이유로 출판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한 출판사에서 남편인 퍼시 셸리의 서문을 넣고 작가 이름을 내걸지 않는 조건으로 출판을 허락했다. 출간 이후 <프랑켄슈타인>은 시인 퍼시 셸리가 쓴 작품으로 둔갑됐다. 그것도 인간성을 질문하는 철학적인 소설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메리 셸리의 이름으로 재출간된 것은 13년 이후인 1831년이다.

<뱀파이어>는 시인 바이런의 이름으로 출간됐다. 존 폴리도리는 ‘이름 없는 자’로 우울증을 앓다 자살하고 만다.
영화 <메리 셸리>는 메리가 작가로 서기까지의 과정을 당대의 관습과 프랑스 혁명 이후의 사회 분위기, 부모의 영향, 주변 인물 등을 매개 삼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같은 관습과 영향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고자 했던 메리 셸리의 움직임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녀의 아버지는 후대 아나키스트에 영향력을 미친 사상가 윌리엄 고드윈이고, 어머니 역시 후대 여성운동의 효시로 불리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다. 그녀의 어머니는 <여성의 권리 옹호>라는 페미니즘의 시초가 되는 저서를 낸 인물이다.

특히 어머니의 영향 아래 있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반복해 보여준다. 어머니의 무덤과 존 헨리 푸젤리의 ‘악몽’이라는 그림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어머니의 무덤에서 책을 읽고 습작하는 메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퍼시 셸리와 사랑에 빠진 후 데리고 간 곳도 어머니의 무덤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메리를 낳은 이후 바로 사망했다.
존 헨리 푸젤리의 ‘악몽’도 어머니와의 일화를 소개하는 시퀀스로 등장한다. 존 헨리 푸젤리가 한때 어머니와 연인 사이였다는 것을 메리가 퍼시 셸리에서 소개하는 장면이다. ‘악몽’은 실제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으로 인용됐다.
이같은 시퀀스는 당대 남성중심 사회상을 바꾸고자 했던 어머니의 열망과 함께 메리 셸리의 고단한 싸움을 드러내는 장치다. 어머니로부터 이어진 싸움이 지속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메리 셸리의 이름으로 재출간됐을 때, 그동안의 호평은 혹평으로 바뀌었다. 여성이 썼다는 이유에서다. 남편 퍼시 셸리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첫 출간 당시 호평을 받았던 것과 다른 태도다.

 

 

여성 억압 깨고 걸작 완성까지 세밀히 묘사

메리 셸리가 살았던 19세기 영국은 그만큼 남성중심 사회로 여성의 권리가 제한적이었다. 메리 셸리는 이같은 현실을 뛰어넘어 동시대 남성 작가보다 더 오랫동안 남을 고전을 남겼다. 영화 <메리 셸리>는 당대 현실과 온몸으로 부딪친 메리 셸리의 모습을 다각적으로 그려낸다.

메리 셸리의 영화 속 모습은 실제 이 영화의 감독인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의 모습과 겹쳐진다.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감독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의 권리가 제한적인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다. 그녀의 첫 영화인 <와즈다>는 자전거를 타고자 열망하는(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은 불법이었다) 모습을 그려냈고, 영화 개봉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들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영화 <메리 셸리>는 만수르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만수르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영화를 만드는 건 메리 셸리처럼 모든 사회적 편견을 깨고 나아가는 과정이었다”며 “나는 상실과 괴로움을 딛고 내면의 목소리를 찾았던 메리 셸리처럼 강한 여성의 삶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이름이 없고, 결국은 버림받는다. 영화에서 메리 셸리가 소설을 완성한 후 남편 퍼시 셸리에게 보여줬을 때, 퍼시 셸리는 인간의 완전성을 옹호하는 쪽으로 희망적으로 바꾸면 어떨까 조언한다. 퍼시 셸리와 달리 메리의 이복자매 클레어(바이런에게 버림받았다)는 모든 버림받은 자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옹호한다.
메리 셸리는 한 출판사가 출판을 거절하자, 이 소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라고 강하게 말한다. 생활고와 아이의 죽음, 당대 사회의 허위, 여성 억압 등 자신이 경험한 바탕 위에 괴물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름 없는 존재로서의 여성의 현실이 깊게 반영됐다.

영화의 후반부는 그녀의 아버지 주도로 출판기념회를 여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남편인 퍼시 셸리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실제 저자는 메리 셸리임을 알린다. 자신의 존재가 비로소 호명되는 이 순간은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울컥하게 만드는 장면일 것이다. 메리 셸리가 살던 시대로부터 20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드러나지 않는 억압은 존재한다. 이름을 호명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싸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이름을 드러내고자 한 메리 셸리는 그만큼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다.

 


 

 

신대욱

현 주간신문 CMN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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